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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음악 역사

미국과 영국의 1920년대 경제 상황

by 미끄덩덩 2021. 9. 2.

1925년 금본위제도로 돌아간 이후 영국은 부진에 빠지고 만다. 1920~1921년의 불황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면서 미국은 다시 호황기를 맞는 듯 보였다. 이 시기를 수놓은 미국 유동성의 원천은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된다.

  1. 1차 대전 당시 유럽에 빌려준 전쟁 자금
  2. 무역 수지 흑자 잉여분
  3. 전쟁 특수로 풀린 미국 내 유동성

미국 경제에 대한 강력한 믿음은 굳건하기에 필연적으로 미국 증시로 자금 쏠림 현상이 발생했다. 미국 기업들의 자금 조달 방식 역시 증시에 크세 의존했다. 즉, 은행보다는 증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직접 금융 방식이 선호되었다. 또한 기업들은 현금 유보금을 증시에 직접 투자하거나 마진론을 대여하는 등의 장사에 치중했다. 미국 은행들은 국제 투자 은행으로서 각종 신디케이트를 겸업하면서 런던이 강세였던 상업 은행 사업마저 크게 잠식해 들어갔다. 1차 대전 동안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커지자 미 연준은 금리를 인상하는 긴축 기조를 채택했다. 하지만 금리가 인상될 경우 내수의 핵인 부동산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상쇄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1차 대전의 특수를 대체할 신산업에 대한 투자가 병행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 당시 미국 부동산 위축은 가시화되어갔고, 신산업 발굴은 미진했다.

서서히 어두운 그림자가 덮이기 시작한다. 레버리지 효과는 마법의 주문처럼 금언이 되어 각 골목길마다 들쑤시고 다닌다. 눈덩이도 구르면 커진다는 믿음으로 종잣돈부터 뭉칫돈까지 투자신탁회사들이 흡수하기 시작한다. 또한 지주 회사를 세워 두고 방계 회사들을 거느리는 문어발식 확장으로 기업들의 부채 규모가 날로 커져만 갔다. 특히나 경기 침체나 폭락을 경험해 본 적도 없는 신참 중개인들이 시장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다. 안연히 위험 회피 능력도 떨어진다. 거기에 열 배의 레버리지 정도는 우습게 여기는 개인들도 무섭다. 특수를 통한 벼락부자와 알약 주식 부자로 등극한 개인들의 신화가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다. 본시 소문이란 빠른 법이다. 게다가 미국, 영국, 프랑스 그리고 독일은 이제 소문보다 빠른 국제 전산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미 미 동부의 금융 기관들이 서부 각 지역에 지점망을 구축했던, 런던과 파리에까지 지사들을 두고 국제 영업망을 확대해갔다. 따라서 증시 대폭락의 소식은 순 식간에 미국 서부와 유럽 한복판을 빛의 속도로 관통해 낼 수 있는 만반의 채비를 마쳤다.

1920년대 도시 거주민과 농촌 거주민의 비율은 1:1 수준이었다. 이는 곧 자본 시장이 커져 갈수록 농촌 거주민들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크게 하락할 것임을 적시한다. 이러한 소득 격차는 필연적으로 도시화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소외된 농민들은 보호 기저를 작동시켜 반정부 기류로 흘러가기 쉬웠다. 타인의 자본을 레버리지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신탁 열풍, 지주 회사들의 문어발식 확장, 심각한 도농 간의 소득 격차로 이제 미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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