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커 미 연준 의장이 시중 유동성을 옥죄면서 자연스레 금리가 인상되었다. 시중 금리는 20% 가까이 급격히 뛰어올라 버렸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미 국채 수익률도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그동안 높은 물가 상승률을 마치 천형 인양 인정하고 경제 정책을 운용해 왔던 10여 년의 세월은 드디어 저승사자 볼커 미 연준 의장에 의해 모두 소거되었다. 이제 미국의 시장 참여자들은 다음과 같은 새로운 조합에 적응해 나가야만 한다. '비싼 달러화 + 낮은 인플레이션'.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바로 강달러 부분이다. 반대로 접근해 보자. 미국 시장에서 약 달러는 무엇을 의미할까?
- 약 달러의 단점 : 소비력의 축소 + 수입 물가 상승
- 약 달러의 장점 : 미 수출 가능성의 확대
약 달러는 분명 무역 수지 개선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세계 최대의 소비 시장이자 경제의 2/3가 소비로 구성된 미국에 약 달러는 소비력의 위축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어차피 소비를 담당하는 기축 통화국 미국의 입장에서 약달러화가 설령 미국의 수출을 증대시킬지라도 구조적으로 미국 국부의 손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더욱 높다. 즉, 경제의 2/3가 소비로 구성된 미국의 소비력이 축소된다는 것은 곧 경기 후퇴를 의미한다. 또한 미국 소비 시장의 축소는 더 나아가 전 세계적인 자산 축소라는 인과율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강 달러화의 장단점은 각각 다음과 같다.
- 강 달러의 장점 : 소비력의 강화 + 수입 물가 하락 + 미 국채 수요 창출
- 강 달러의 약점 : 미국 수출의 감소
닉슨 행정부 당시의 번스 전임 미 연준 의장과 카터 행정부 당시의 밀러 전임 미 연준 의장의 경우 약달러화를 유도해 미국의 수출 증대를 통한 즉각적인 경제 성장률 확보라는 슬로건을 기치로 삼았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이들이 살았던 시대가 오일 쇼크의 한 복판이었다. 경제가 속수무책으로 추락하는 상황을 목도해야만 했었던 것이 1970년대였다. 따라서 누구라도 경제 성장률 복구라는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저간의 사정이다. 하지만 볼커 미 연준 의장은 자신이 전임자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길을 걸어갔다. 이제 단계별로 알아보자.
- 시장 금리가 상승한다.
- 이와 동시에 통화량 공급을 축소한다.
- 미국의 시장 금리가 상승하니 달러화가 비싸진다.
- 달러화가 비싸지니 자연히 인플레이션이 완화된다.
- 미 달러화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수요가 회복된다.
- 미국을 탈출하려는 자금이 미국 내에 머물게 된다.
4단계에서 1980년 14%대를 기록했던 인플레이션이 1981년에는 9%대로 하락했다. 1982년에는 드디어 4%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돈이 부족한 기업들이 고용을 꺼려하니 실업률은 단기적으로 솟구칠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1982년 미국의 실업률은 10.7%로 치솟아 버린다. 소비자들은 금리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은행 이자가 높으니 증시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은행으로 이동했다. 따라서 주가 역시 폭락했다. 금융 지원이 어려운 상황에 주가마저 폭락하니 기업들은 곧바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1986년 2%까지 하락해 단계 4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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