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과 2016년은 미국의 셰일유의 부상에 따른 시각 변동이 일어났던 해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2014년 말 3차 양적 완화가 종료된 이후 미국의 의도된 디플레이션 작전으로 유가가 폭락했었다는 것이다. 그 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 미국이 중동산 원유 수입량을 대폭 줄인다.
- 미국과 착한 무역 수지 적자를 만들고 싶어 하는 국가들에게 셰일유를 수출한다.
2015년 12월 18일 미국 상하 양원은 '2016년 통합 세출 예산법'을 발효시켰다. 이 법안은 실로 중요한 방점을 찍었다. 즉, 미국산 원유의 수출 규제를 철폐한 것이다. 당장에 총 원유 수입량 중 85% 이상을 중동산 원유에 의존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미국의 규제 철폐는 곧 원유 도입선 다변화라는 새로운 기회로 다가왔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산 에너지를 수입해 대미 무역 수지 흑자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쉽게 말하자면 기왕에 원유를 수입할 것이라면 미국산 원유를 수입해 그동안 쌓아 올렸던 무역 수지 흑자분을 줄이라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미국 본토는 정치 외교적 분쟁 요소가 거의 전무하니 안정적인 원유 수입처로 손색이 없다. 중동은 미국이 조금만 수를 틀어 버려도 알아서 분쟁이 발생하는 곳이고, 특히 OPEC+가 감산 합의라도 할 것이면 곧바로 미국 셰일유에게 시장 점유율을 내주는 꼴이 되고 만다. 반대로 그것이 미국이 즐기는 꽃놀이패다.
미국은 바로 이 부분을 전약적으로 찔러 들어갔다. 중동산 원유 수입 시장에는 분명 '아시아 프리미엄'이라는 독소 조항이 존재한다. OPEC과 원유 수입국들은 통상 장기 계약의 형태로 원유를 도입한다. 원유가 나지 않는 국내와 일본의 경우 두바이 현물 가격을 기준으로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정하는 조정 계수가 추가된 가격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중국 역시 세계 4위 산유국이나 석유 수요가 워낙에 많은 탓에 아시아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정계수란 한 마디로 바가지 계수이고, 국내와 일본은 늘 상대적으로 비싼 값을 지불해야만 OPEC로부터 원유를 도입할 수 있다. 특히나 동아시아 삼국은 대미 무역 수지 흑자국들이기에 아시아 프리미엄을 피해 미국산 에너지를 수입할 유인이 존재한다. 기왕이면 이러한 무역 수지를 창출하는 것이 미국에게도 잘 보이는 지혜다. 다만 만의 하나 미국이 에너지 수입에 있어 횡포를 부릴 경우 OPEC와 다시 강력한 접점을 형성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도래할 경우 유일한 해법은 아람코가 제시하는 바가지 위의 바가지를 부담하는 수밖에 없다. 적어도 미국이 비정제유 수출 시장에 진입한 이상 에너지 수입에 있어서 이러한 난제가 발생한다. 비정제유 시장을 통해 미국은 얻을 것과 잃을 것이 분명하다. 얻을 것은 착한 무역 수지를 요구할 권리가 생기고, 잃을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력 관계와 친미 성향의 중동 패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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