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 간 교역 시점에 곧바로 달러 결제가 불가능하다. 어떻게 하면 서유럽 지역에서 최소한의 달러로 국제 교액 대금을 상호 신뢰하에 결제할 수 있을까?
그 첫 해결책으로 대두된 것이 바로 유럽 결제 동맹(EPU)이다. 달러 유동성이 부족했던 1950년부터 1958년까지 사용되었다. 참여국들은 OECD의 유럽 버전인 유럽 경제협력기구의 18개 회원국들이다. 나열하면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그리스,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스웨덴, 스위스, 터키, 영국, 서독 등이다. 이들 회원국들이 유럽 경제협력기구와 중복되는 만큼 유럽 결제 동맹은 유로화의 탄생으로 연결되는 큰 물줄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회원국들의 면면을 이제 와서 훑어보는 것도 덧없다. 그냥 간단히 회원국이 매우 많았다고 생각해 두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유럽 결제 동맹은 다음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상대방 국가에게 최대 한 달간의 신용을 제공할 수만 있다면 무역은 개선될 것인가? 이는 다른 말로 수입 대금의 결제를 최대 한 달만 유예해 준다면 상호 간 달러 자금의 여유를 확보할 수 있지 않을 것인가라는 것과 동일한 질문이다. 만약 가능하기만 하다면 곧바로 18개 회원국 모두가 적은 달러 보유고를 가지고도 국제 교역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방법으로써 유럽 결제 동맹은 한 달에 한 번씩 동맹국들이 주고받을 달러 금액을 상호 간 모주 제하고 난 실질 금액만을 청산하도록 허용했다. 즉, 한 달 후 이리 지러 제하고 나면 순순히 수출 대금을 받을 권리를 가진 나라들만을 추려 낼 수가 있다. 따라서 그 금액만큼을 결제하면 달러의 부족함이 없이 상호 간에 국제 교역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터이다. 한 달 후에도 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공동 기금을 마련해 안전장치를 설치해 두었다. 이로써 유럽 결제 동맹은 충분히 안전한 유럽 지역 내 역내 교역에 있어 결제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195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달러 유동성 부족 문제는 서서히 해결되었다. 반대로 표현하면 미국이 유럽으로부터 지속적인 수입을 해 준 덕에 달러가 유럽으로 어느 정도 유입된 것이다. 이제 유럽 각국들은 무역 당사자간 실시간 무역 대금 결제가 가능할 정도의 달러를 확보한 상황이다. 이제 두 가지의 옵션을 생각할 수 있다.
- 유럽 역내 교역 시 실시간 달러로 결제한다.
- 유럽 역내국들이 상대방의 통화를 상호 간 인정한다.
옵션 1은 소중한 달러 보유고를 국외로 반출하는 것이므로 좋은 선택이 될 수 없다. 달러는 국제 교역뿐만 아니라 금과 태환 되므로 일국의 재산 가치로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주요 원자재 시장에서의 결제 수단으로도 그 가치는 더욱 높다. 세계 경제 안에서 거인으로 자리 잡은 미국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옵션 2가 선호되었다. 그렇다면 18개 회원국들이 상대방의 통화를 인정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역내국 간 교역의 결제 대금으로서만 역내국 통화를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유럽 역내국의 통화를 인정하고 주고받음으로써 역내국 간의 국제 교역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반대급부로 달러 보유고를 확충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서유럽에서 옵션 2에 해당하는 최초의 시스템이 등장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1958년~1972년까지 사용되었던 유럽 통화협정(EMA)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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