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탈퇴를 결정하기 전에 한탕을 계획한다. 조지 소로즈가 수립한 작전은 다음과 같은 유럽 통화 시스템의 제도적 구속에 의해 성립한다.
- 제도 1. 1976년 시작된 킹스턴 체제 하에서 독일 마르크화와 영국 파운드화는 각각 미국 달러화와 자유 변동한다.
- 제도 2. 유럽 통화 시스템 하에서 마르크화와 파운드화의 고정 환율은 상하 ±6% 변동 폭 이내로 유지되어야 한다.
만약 파운드화가 달러에 대해 가치가 급락한다면? 당연히 영국은 달러에 대한 파운드의 가치 급락을 막아야 한다. 만약 실패할 경우 유럽 통화 시스템이 정한 파운드화와 마르크화와의 고정 환율 변동 폭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영국은 파운드화의 가치 방어를 선언한 만큼 외환 보유고를 동원해 이를 해결할 것이다. 조지 소로스의 작전을 단계별로 정리해 보자.
- 단계 1. 1992년 9월이 되자 조지 소로스가 잘러를 동원해 소리 소문 없이 영국 파운드화를 사모으기 시작한다.
- 단계 2. 서서히 다른 헤지 펀드들도 연합전선을 펼쳐 파운드화를 매집하기 시작한다.
드디어 운명의 1992년 9월 15일이 되었다. 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파운드가 고평가 되어 있다는 발언을 한다. 바꾸어 말하면 영국이 격에 맞지 않는 고금리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리는 셈이다. 그 비아냥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첫째, 파운드가 싸구려 통화일 수밖에 없으니 영국 수준에 맞는 저금리 정책을 사용하라는 것이고, 둘째, 마르크화와의 고정 환율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당시 금리를 하향 조정하고 싶어 하는 영국의 속셈을 누구보다도 빨리 알아차린 것이 바로 조지 소로즈다. 어차피 영국의 금리가 떨어지면 파운드화는 싸구려 통화가 될 것이다. 금리가 인하되기 이전에 마구 팔아 치우기로 한다.라고 생각했다.
독일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을 기점으로 헤지 펀드들은 기존에 매입해 두었던 파운드화를 투매함과 동시에 마르크화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따라서 마르크화는 급등하게 된다. 조지 소로스는 이 당시 약 100억 달러의 자금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합한 헤지 펀드들이 무려 1,100억 달러의 자금을 동원해 마르크화를 사들이고 파운드화를 투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항해 영국 중앙은행은 15일~16일 이틀 동안 무려 280억 파운드에 달하는 외환 보유고를 동원해 파운드화를 매입했다. 하지만 외환보유고도 한계가 있다. 어쩔 수 없이 중앙은행은 사살 초유의 비상조치를 취하게 된다. 9월 16일 하루 만에 이자율을 12% 그리고 15%로 두 차례나 기습 인상한 것이다. 그날 금리 인상을 통해 영국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이렇다.
- 이제 파운드화의 투매를 중지해 달라.
- 영국의 이자율을 대폭 올렸으니 지금 팔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
- 높은 이자율에 의해 파운드화가 비싸질 때 팔기를 바란다.
- 그래야 유리하지 않은가? 가급적 유리할 때 매도해 달라.
하지만 헤지 펀드들은 하던 일을 계속했다. 결국 외환 보유고가 바닥난 상태에서 영국 중앙은행은 별 수 없이 파운드화의 가치 방어를 포기하고 만다. 이후 파운드화는 대폭락 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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