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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음악 역사

일본 엔화가 안전자산인 이유

by 미끄덩덩 2021. 11. 30.

2차 대전 이후 일본의 흥망성쇠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와도 같고, 그러하기에 꽤나 미스터리한 국가로 인식될지 모른다. 자신의 연령층에 따라 일본은 극명히 다르게 인식될 듯싶다. 만약 40대 이상이라면 '기술의 일본' 혹은 '장인 정신'의 나라로 인식될 것이고, 40대 이하라면 '잃어버린 20년'이라는 명패가 눈에 띄지 않을까 싶다. 30대 이하라면 일본 전자 산업을 제압한 삼성전자를 통한 대리 만족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미국과 유로존이 동시에 기울어 가던 2011년 당시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주를 이루었다. '일본은 국가 부채가 엄청나 나라가 기울어 간다고 하던데 실제로 그러한가?' '그런데 엔화는 왜 그리 비싼 것인가?' '중국과 일본 중 누가 아시아 지역의 실세가 될 것인가?' 간략히 그 답을 하자면, 일본의 국가 채무는 2011년 기준으로 일본 GDP의 2.1배에 달했다. 이는 일본 영토에서 발생하는 모든 부가 가치를 더해 보아도 국가 부채를 갚는 데에만 2.1년이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내일 당장이라도 부도가 날 듯싶다. 하지만 동시에 다음의 두 가지 사항도 함께 알아두어야 한다.

첫째, 일본 정부 부채의 90% 이상을 일본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 이는 정부의 부채 문제가 곧 내부의 문제라는 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대외적인 국가 채무불이행 사태는 발생하기 힘든 구조다. 문제가 될 것이라면 국민들과 국채 만기를 연장시키거나 시장에 재투자래 정부의 부담을 줄이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 자국민이 보유한 국채를 상각 시키는 방법도 가능하다.

둘째, 일본은 금융 자산 즉, 빌려준 돈이 많다. 게다가 해외 부동산 자산도 풍부하다.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채권에서 일본의 해외 빚을 뺀 것을 순 채권액이라고 한다. 2012년 일본은 순채권액이 무려 3조 2천억 달러가 넘어섰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한창인 상황에서 이렇듯 순자산이 많은 나라인 일본이 발행하는 엔화는 가장 안전한 통화 중 하나로 여겨진다. 때문에 엄청난 정부 부채에도 불구하고 경제 위기 때마다 일본 엔화가 안전 자산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일본 입장에서 엔화가 안전 자산으로 선호되면 될수록 가치가 비싸져 수입에나 도움이 될 뿐 수출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를 못한다.

반면에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국채의 상당 부분을 해외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당장에 가용 가능한 달러화를 매각해 채무를 상환해야 한다. 위험한 한국에서 외국 자본이 탈출하는 것은 언제나 안전자산 회피라는 이름표가 붙는다. 당연히 외환 시장은 출렁거리게 될 것이고, 위기 상황이 들이닥칠 때면 힘들어진다. 세계에는 다양한 종류의 화폐들이 융통되고 있지만 이렇게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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