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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음악 역사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어떻게 발생하는가

by 미끄덩덩 2021. 12. 6.

과거 금본위 제도 하에서는 금과 고정 비율로 태환 될 것을 믿고 서로 간의 화폐를 벌어두면 되었다. 하지만 금본위 제도 안에서 금이 없을 경우 무서운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다. 기껏 교역을 해서 상대방 화폐를 잔뜩 벌어 두었다고 했을 때, 결국 금으로는 바꿔올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애써 수출한 된 그 나라 화폐로 돈을 받아올 이유가 없다. 우리는 예전 전쟁 배상금을 지불하기 위해 화폐를 마구 인쇄하여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빠졌었던 바이마르 공화국을 기억하고 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은 슈퍼 인플레이션으로 해석하면 된다. 이 같은 원인은 정부가 시뇨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뇨리지 효과라는 것은 정부가 종이와 잉크로 화폐를 발권한 뒤 가치를 부여하여 실질적인 이득을 얻는 행위이다. 따지고 보면 종이와 잉크로 화폐를 인쇄하는 비용은 매우 작다. 하지만 그 화폐를 통해 전쟁 배상금을 지불하거나 실물 자산을 살 수 있다. 2차 대전 이후 세계 경제 안에서 가장 큰 시뇨리지 효과를 즐길 수 있는 통화는 바로 미국의 달러화였다. 이는 미 연준이 인쇄한 달러가 기축 통화로써 생명력을 얻어 국제 교역이나 국제 금융 투자에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적은 비용으로 달러를 발권하고 이를 통해 자국의 자산을 증식시킬 수 있다. 그래서 자신 이외에 달러를 발권하는 것을 강력히 규제한다.

다시 한번 복기해보자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은 통화 가치가 무한히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화폐를 쉬지 않고 계속 발행하다 보면 인위적으로 쉽게 발생시킬 수 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은 1차 대전 이후 실제로 독일에서 발생했었다. 일단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면 갚아야 할 전쟁 배상금이 매 시간마다 자동으로 증발하게 된다. 실로 기가 막힌 마법이다. 금이 없는 상태에서 전쟁 배상금은 이렇게 해결하면 된다. 그러면 당연히 물자가 귀해질 것이고 네 명이 모여야 성냥 하느를 쓸 수밖에 없게 된다.

만약 친구에게 백만 원의 빚을 졌다고 할 때, 오늘 이백만 원을 찍어 친구에게 주면 빚도 갚고 돈도 생긴다. 기왕 찍어 내는 김에 일천만 원을 찍어 내자. 하지만 그 일백만 원은 어제의 십 분의 일에 해당하는 가치일 따름이다. 나의 빚은 사라졌지만 남는 것은 인플레이션뿐이다. 한국 역시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역사가 있다. 구한말 흥선 대원군 시절 경복궁 중건을 위해 당백전을 발행하게 된다. 하지만 실물 자산 없이 발행된 당백전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킨 후 3년 만에 역사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만약 이것이 발생하게 되면 정부는 세금을 거두어봐야 조족지혈이요 신규 국채도 발행하기 어려우니 일차적으로 외국 대형 은행에게 손을 벌리게 된다. 문전박대는 정해진 수순일 것이다. 여기에 그나마 믿을 구석인 외국 자본마저 자국을 탈출해 버리면 막대한 환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외환 보유고를 모두 소진하는 과정으로 몰려간다. 결국 막판에 몰려서야 IMF 구제 금융을 신청하게 되는데 이마저도 거부당하게 되면 자멸의 길을 걸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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